미국, 중국산 우회수출 단속 강화…한국도 ‘환적 위험국’으로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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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중국산 제품이 제3국을 거쳐 미국으로 들어오는 이른바 우회수출·불법 환적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도 중국과의 공급망 연계성과 대미 수출 규모 등을 이유로 주요 위험 국가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

특히 백악관 보고서가 경기도의 반도체 산업단지까지 직접 언급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백악관 “제3국 이용한 관세 회피 늘어”

트럼프 행정부는 13일(현지시간) 무역제조업정책국을 통해 중국산 제품의 환적 문제를 다룬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중국 업체들이 미국의 대중국 관세를 피하기 위해 다른 나라를 중간 경유지로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제3국으로 보낸 뒤 현지에서 일부 가공하거나 포장, 라벨 등을 변경하고 해당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처럼 수출하는 방식이다.

미국 정부는 이런 방식으로 중국산 제품의 실제 원산지가 가려질 경우 미국의 관세 수입이 감소하고 자국 제조업체가 불리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불법 환적 규모 최대 4000억달러 수준 추정

백악관은 외부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중국산 제품의 불법 또는 불법 가능성이 있는 환적 규모가 연간 약 400억~303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57조~431조원에 이르는 규모다.

이에 따른 미국의 관세 수입 감소 역시 연간 수백억달러 수준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백악관은 이 수치가 실제 적발된 환적 물량을 집계한 결과가 아니라 경제모형 등을 활용해 추정한 규모라는 점도 함께 설명했다.

한국, 일본·대만과 함께 1단계 위험국

이번 보고서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한국에 대한 평가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의 환적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을 중국과의 공급망 관계와 경제 규모, 대미 수출 기반 등을 고려해 세 그룹으로 나눴다.

한국은 1유형에 포함됐다.

1유형은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수출 기반이 잘 갖춰져 있는 동시에 중국과의 교역 및 공급망 연결도 상당해 환적 위험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국가를 의미한다.

한국 외에도 일본과 대만, 캐나다, 인도, 멕시코, 유럽연합 등이 같은 그룹에 포함됐다.

중국 공급망과 밀접하게 연결된 국가들은 2유형으로 분류됐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튀르키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캄보디아와 라오스, 미얀마 등은 상대적으로 환적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 통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3유형으로 분류됐다.

한국 거치면 미국 관세 부담 낮아질 수 있다는 주장

미국 정부는 중국산 제품이 한국이나 일본 등 다른 국가를 거칠 경우 중국에서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것보다 관세 부담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제시했다.

특히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국가를 활용하면 관세가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다.

다만 한국을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중국산 제품이 자동으로 한국산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원산지 규정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제품을 한국으로 가져와 포장이나 라벨만 변경하는 방식으로 관세를 피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백악관, 경기도 반도체 산업단지까지 언급

이번 보고서에서 국내 산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경기도 반도체 산업단지가 직접 거론됐다는 점이다.

백악관은 경기도에 밀집한 반도체 관련 산업단지가 중국산 집적회로 등의 유통 과정에서 활용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러한 우회 경로가 실제로 확대될 경우 미국 내 반도체 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주장이다.

보고서는 특히 피닉스와 오스틴, 포틀랜드, 산호세 등 미국 주요 반도체 산업 거점이 경쟁 압력을 받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산 부품이나 소재 등을 실제 생산 과정에서 활용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향후 미국의 원산지 및 공급망 조사가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과 한국 기업 모두 부담 커질 가능성

이번 조치가 곧바로 한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 미국이 문제 삼고 있는 핵심은 중국산 제품이 한국 등 제3국을 이용해 원산지를 바꾸거나 관세를 회피하는 행위다.

따라서 정상적인 한국산 제품이나 한국 기업의 대미 수출까지 직접적인 제재 대상으로 확대될지는 앞으로의 미국 정책 방향을 지켜봐야 한다.

다만 미국이 우회수출 단속을 강화할 경우 한국에 생산시설을 두고 중국산 원재료나 부품을 사용하는 기업들은 원산지 관리와 공급망 증빙 등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AI 활용한 국경 감시체계 구축

미국은 단속 과정에 인공지능 기술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백악관은 국제 무역 데이터를 분석해 수상한 거래 흐름을 찾아내는 AI 기반 국경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단순히 수입 신고서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별 수출입 규모와 기업 간 거래, 제품 이동 경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우회수출 가능성이 높은 거래를 선별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를 거치는 물류 흐름에 대한 미국의 감시 강도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한·미 통상 관계에도 새로운 변수

이번 백악관 보고서는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관세 정책에서 중요한 감시 대상 가운데 하나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은 중국과 밀접한 제조·공급망을 갖고 있는 동시에 미국으로의 수출 규모도 큰 국가다. 이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산 제품의 우회수출을 감시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제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향후 미국의 단속이 실제 통관 조사와 원산지 검증 강화로 이어질 경우 국내 기업들은 제품의 생산 과정과 원재료 출처, 가공 과정 등을 보다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는 공급망 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처럼 중국과 한국, 미국을 연결하는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힌 산업에서는 미국의 추가 조치가 국내 기업의 수출 전략에도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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