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 판이 바뀐다…AI·반도체 중심으로 사업 재편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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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들이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배터리 소재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서는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거나 지분을 확보하는 반면, 수익성이 낮거나 핵심 사업과 거리가 있는 계열사는 매각·합병 등을 통해 정리하는 모습이다.

최근 3개월 동안 대기업집단에서 새롭게 편입된 회사와 제외된 회사가 각각 수십 곳에 달하면서 기업들의 사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기업 계열사 3개월간 4곳 감소

공정거래위원회가 14일 공개한 대규모기업집단 소속회사 변동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2개 대규모기업집단의 전체 계열사는 3534개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 시점과 비교하면 전체 계열사 수는 4개 줄었다.

이번 조사 기간인 5월 1일부터 8월 3일까지 새롭게 대기업집단 계열사로 들어온 기업은 75곳이었다. 반대로 기존 계열사 가운데 79곳은 제외됐다.

계열사에서 빠진 이유로는 기업 간 합병이나 지분 매각, 청산, 경영진의 독립 등이 있었으며 신규 편입은 자회사 설립과 다른 기업의 지분 인수 등이 주요 방식이었다.

계열사 늘린 곳은 효성·GS·대명화학

기업집단별로 보면 계열사를 가장 많이 추가한 곳은 효성이었다.

효성은 이번 기간에 11개 기업을 새롭게 계열사로 편입했다. GS가 9개로 뒤를 이었으며 대명화학은 7개 기업을 추가했다.

반대로 계열사 정리가 가장 활발했던 곳은 DB였다. DB는 같은 기간 13개사를 계열에서 제외했다.

효성은 8개, SK는 7개 기업을 각각 계열사에서 정리했다.

단순히 계열사 숫자를 늘리고 줄이는 것보다 눈여겨볼 부분은 새롭게 편입되는 기업의 사업 분야다.

AI와 반도체 관련 기업 확보 경쟁

최근 대기업들이 새롭게 확보하는 계열사에서는 AI와 반도체 관련 사업이 두드러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인프라 사업부터 반도체 제조 및 검사 장비, 차세대 배터리 소재까지 미래 산업과 연결된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삼성의 경우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에이아이컴퓨팅센터와 플랙트그룹코리아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한국에이아이컴퓨팅센터는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을 비롯해 데이터센터의 전력과 서버 인프라 관리, 고성능 GPU 및 AI 반도체 연산 자원 공급 등의 사업을 맡고 있다.

플랙트그룹코리아는 데이터센터 운영에 중요한 냉각 관련 기술과 연관된 기업이다.

결국 AI 서비스를 직접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AI 데이터센터를 구성하는 전력·서버·냉각 인프라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GS·OCI도 AI 인프라 사업 확대

AI 관련 사업에 대한 관심은 삼성뿐만이 아니다.

GS는 GS AI인프라를 포함해 4개 기업을 계열사로 추가했다.

OCI 역시 SGC 데이터파워와 SGC AI인프라를 계열사로 편입하면서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분야에 대한 사업 기반을 강화했다.

AI 산업이 성장하면서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 역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전력, 냉각, 서버, 데이터 관리 등의 시장을 선점하려는 대기업들의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배터리 소재도 핵심 투자 분야

반도체와 차세대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도 계열사 확대가 나타났다.

반도체 검사에 필요한 부품을 생산하는 윌테크놀러지는 한솔 계열에 새롭게 포함됐다.

실리콘 음극재를 만드는 HS효성에너지솔루션코리아는 효성 계열로 편입됐다.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 중심의 음극재보다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소재로 꼽힌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미래 성장 산업에 속한 기업을 직접 확보하는 것은 향후 시장이 커졌을 때 핵심 기술과 공급망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에서는 비핵심 사업 과감히 정리

신사업 기업을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기존 사업을 정리하는 작업도 진행됐다.

SK에서는 부동산 개발업체 SK D&D와 애플리케이션 마켓 원스토어 등 5개사가 계열에서 빠졌다.

CJ 역시 동물용 사료 제조업체 CJ 피드앤케어와 양돈 관련 기업 돈돈팜 등 2개사를 정리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원익은 미디어 분야 기업인 플래디, 스튜디오아이, 피디룸 등을 계열에서 제외했다.

주력 산업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면서 핵심 분야에 투자 역량을 집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친족 독립경영으로 계열 분리도

기업의 사업 재편뿐 아니라 독립경영을 인정받아 계열사에서 제외된 사례도 있었다.

올해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새롭게 지정된 라인은 신도와 지투지 등 4개사가 친족 독립경영을 인정받으면서 계열회사에서 제외됐다.

웅진 계열에서는 플라스틱 제품 제조기업 에코테크와 쓰리에이미디어가 친족 독립경영을 인정받았다.

건진건설은 임원 독립경영이 인정되면서 계열사 명단에서 빠졌다.

또 1996년 LG에서 분리된 희성의 경우 희성지주와 상농기업, 희성개발 등의 계열사를 청산했다.

대기업의 ‘선택과 집중’ 본격화

최근 계열사 변동 흐름을 보면 대기업들이 단순한 사업 확장보다 미래 성장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AI와 반도체, 배터리 소재처럼 향후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에서는 적극적으로 기업을 확보하고 새로운 법인을 만들고 있다.

반면 기존 사업 가운데 성장성이 낮거나 그룹의 핵심 전략과 거리가 있는 분야는 매각이나 합병, 청산 등을 통해 정리하고 있다.

결국 앞으로 대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느냐보다 AI·반도체·첨단소재 등 미래 산업에서 어떤 기술과 기업을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AI 산업의 성장 속도가 빨라질수록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및 냉각 인프라 등 연관 산업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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