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가 엔비디아와 인공지능(AI) 협력을 한층 강화하면서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미래 자동차 분야를 동시에 공략한다.
특히 양사의 기술을 결합한 이족보행 휴머노이드를 내년 1분기에 선보이는 계획이 공개되면서 LG의 피지컬 AI 사업 확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LG와 엔비디아, 전략적 협력 공식화
LG와 엔비디아는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에서 전략적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행사에는 구광모 ㈜LG 대표를 비롯해 LG 주요 계열사 경영진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참석했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AI 소프트웨어 개발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움직이는 로봇과 생산시설, 자동차 등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내년 1분기 휴머노이드 공개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LG는 내년 1분기 공개를 목표로 두 발로 이동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로봇에는 엔비디아의 로봇 전용 기술이 적용된다.
대표적으로 로봇의 연산을 담당하는 젯슨 토르, 휴머노이드 개발을 위한 파운데이션 모델인 아이작 그루트, 로봇의 안전한 작동을 지원하는 헤일로스 포 로보틱스 등이 활용될 예정이다.
LG 계열사의 기술도 함께 들어간다.
LG전자는 로봇의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액추에이터를 담당하고, LG이노텍은 센서 기술을 제공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분야에서 힘을 보탠다.
쉽게 말하면 엔비디아가 AI와 연산을 담당하는 ‘두뇌’ 역할을 하고 LG 계열사들이 로봇의 구동과 감각, 전원 등을 담당하는 구조다.
LG 클로이드, 미국 공장에서 실제 테스트
LG는 새로운 휴머노이드 개발과 함께 현재 보유한 로봇의 현장 적용도 진행한다.
기존 로봇인 LG 클로이드를 올해 안에 미국 테네시주 세탁기 생산라인에 투입해 실제 제조 환경에서 테스트할 계획이다.
실제 공장에 로봇을 배치하면 연구실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다양한 작업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LG는 여기에 LG CNS의 로봇 플랫폼인 ‘피지컬웍스’를 활용해 로봇이 현장에서 수행한 작업 데이터를 모으고 생성·학습하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향후 LG가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의 성능 향상에도 활용된다.
로봇 개발을 넘어 ‘피지컬 AI’ 사업으로
이번 협력에서 중요한 개념이 바로 피지컬 AI다.
기존 AI가 주로 컴퓨터 안에서 정보를 처리했다면 피지컬 AI는 AI가 로봇이나 자동차, 공장 설비 등을 직접 제어하면서 현실 세계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LG가 엔비디아와 로봇 개발에 나서는 것도 단순히 로봇 제품 하나를 출시하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다.
제조 현장에서 데이터를 확보하고 AI 모델을 학습시킨 뒤 이를 다시 로봇에 적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양사는 공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연구개발부터 실제 테스트와 사업화까지 협력하기로 했다.
AI 데이터센터 사업도 함께 추진
두 회사의 협력 범위는 로봇에만 머물지 않는다.
AI 서비스에 필요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분야에서도 공동 사업을 추진한다.
엔비디아의 DSX 아키텍처에 LG전자의 냉각 기술을 적용하고,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와 LG CNS·LG유플러스의 데이터센터 설계 및 운영 역량을 결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전력 분야에서는 LS의 전력 솔루션까지 활용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차세대 AI 플랫폼인 ‘베라 루빈’을 적용한 시설 구축을 추진하고, 이후 2028년 상반기에는 충남 천안 지역에 80MW급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LG는 이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센터 설계와 운영 경험을 하나의 패키지로 만들어 해외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에도 엔비디아 AI 기술 적용
자동차 분야 역시 협력 대상에 포함됐다.
LG는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하이페리온 플랫폼을 기반으로 AI 정의 차량(AIDV)에 필요한 고성능 컴퓨팅 플랫폼 개발에 나선다.
기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전장부품 중심의 사업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자율주행과 차량 내 AI 기능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자동차가 단순히 이동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AI 컴퓨팅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LG에도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
LG와 엔비디아가 서로 얻는 것은?
이번 협력은 양측 모두에게 이점이 있다.
LG는 엔비디아가 구축한 AI 플랫폼과 생태계를 활용하면서 자체적으로 모든 기술을 처음부터 개발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엔비디아는 LG의 제조 현장과 전장, 데이터센터 등의 실제 사업 환경을 활용해 자사 AI 기술이 산업 현장에서 적용되는 사례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LG가 보유한 제조업 기반과 엔비디아의 AI 기술이 결합할 경우 로봇과 공장, 자동차를 하나의 AI 생태계로 연결하는 사업 모델도 가능해진다.
휴머노이드 상용화가 첫 번째 시험대
다만 휴머노이드 사업이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공장 현장에서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작업하려면 단순히 걷고 움직이는 수준을 넘어 반복 작업의 정확성과 안전성, 생산성까지 입증해야 한다.
가격 경쟁력 역시 중요한 요소다.
LG 클로이드가 미국 테네시 생산라인에서 실제로 어느 정도의 작업 효율을 보여주는지가 향후 사업 확대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LG의 AI 사업 전략이 한 단계 진화
이번 협력은 LG가 AI를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아니라 로봇·공장·자동차·데이터센터 등 현실 산업 전반에 적용하려는 전략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구광모 LG 대표는 AI 팩토리와 피지컬 AI, 모빌리티 분야에서 양사의 협력 과제가 구체화되고 있다며 산업 현장에서 대표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어 AI 확산을 가속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역시 로봇과 공장, 자동차 등 현실 세계에 AI가 적용되는 흐름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LG와의 협력을 통해 관련 산업의 변화를 앞당기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앞으로 LG의 휴머노이드가 실제 제조 현장에서 얼마나 높은 생산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이번 AI 동맹의 첫 번째 성과를 가늠할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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